중동 정세 급변에 따른 에너지·무역 충격 가능성에 대응해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실물경제 점검과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026. 3. 3.(화,현지시간) 14:00 필리핀 더 마닐라호텔에서 재정경제부, 외교부와 미국·일본·중국 대사관 상무관과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무역협회 등 관계부처 및 대사관, 유관기관, 관련 협·단체 관계자와 필리핀 현지에서 화상으로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3차 중동상황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자원·에너지 수급, 무역·공급망·금융 및 업종별 영향을 점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김정관 장관이 3일 오후 3시 필리핀 현지에서 화상으로 ‘제3차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자원·에너지 수급과 무역·공급망, 주요 산업 영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외교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석유공사·가스공사·코트라(중동본부)·에너지경제연구원,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 석유·화학·플랜트 협회, 주미국·중국·일본·EU 상무관 등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한국시간 2월 28일부터 급변한 중동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산업부는 사태 발생 당일 김 장관 주재로 자원 수급과 업계 영향을 긴급 점검했고, 다음 날에는 문신학 차관이 통상·무역·자원·안보 측면의 실물경제 영향을 추가 점검했다. 이날 열린 세 번째 회의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 가능성까지 고려한 종합 대응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우선 정부는 중동 지역 해상 통항 상황을 확인하며 유조선 운항 일정 등을 점검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될 경우를 가정해 선박 운항 일정 조정 등 대체 방안을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석유 수급과 관련해 정부는 현재 충분한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유조선 통항 상황과 보험·운임 등 운송 여건을 점검하는 한편 중동 외 지역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김 장관은 업계에도 중동 외 원유 도입 확대 등 추가 물량 확보를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사태 장기화로 민간 원유 재고가 일정 수준 이하로 감소하는 등 수급 위기가 가시화될 경우 산업부가 자체 상황판단회의를 통해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고 여수와 거제 등 9개 비축기지에 저장된 석유를 국내 시장에 공급하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석유공사에 지시했던 해외 생산분 도입, 공동비축 우선구매권 행사, 비축유 방출 태세 점검 등 비상 매뉴얼 조치 역시 상황 발생 시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 수급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으로 평가됐다. 국내 가스 도입 물량의 80% 이상이 중동 이외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고 상당한 수준의 비축 물량도 확보돼 있어 카타르산 공급이 전면 중단되더라도 상당 기간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남아시아, 호주, 북미 등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는 비상대책도 준비하기로 했다.
해상 물류 영향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이 2023년 홍해 사태 이후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중동 수출 비중이 전체의 약 3% 수준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인접 7개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50% 이상인 기업 1,063개사를 대상으로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긴급 수출바우처를 편성해 물류 지원과 대체 시장 발굴을 돕고, 필요한 경우 유동성 지원도 제공할 계획이다.
산업 공급망 영향도 현재까지는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반도체 측정·검사기기와 브롬·헬륨 등 14개 품목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반도체 제조용 검사 장비는 미국 등에서 대체 수입이 가능하고, 브롬 등 일부 정밀화학 제품도 국내 생산과 재고 활용 등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석유화학 원료인 납사는 수입 물량 가운데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장기화될 경우 수급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업계와 협의해 납사 수출 물량을 국내로 전환하고 대체 공급망 확보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플랜트 분야에서는 현재 우리 기업이 수행 중인 중동 건설 현장에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에 진출한 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현장 안전과 공급망 문제를 지속 점검할 계획이다.
전력 수급도 현재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전력과 발전 공기업들은 유가 급등이나 LNG 도입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산업부와 환경부 간 협조 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주재 상무관과 코트라 지역본부장도 화상으로 참여해 각국의 중동 상황 대응과 현지 기업 애로, 잠재적 리스크 요인을 공유했다. 김 장관은 중동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공조가 중요하다며 각국과 긴밀한 정보 공유를 당부했다.
한편 산업부는 사태 발생 당일 산업자원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긴급대책반을 가동했으며, 이날부로 대응 조직을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동상황 대응본부’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유와 가스 수급 위기 관리 체제에 즉각 돌입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단계별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곽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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